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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만들지 않고 어디에 쓸지 정하는 기획자

모델을 만드는 대신 그것을 어느 업무에 붙일지 정하는 기획자다. 잡코리아가 9월 16일 내놓은 분석에서 비개발 AI 직무 공고는 1년 새 325% 늘었고, 그 안에서 AI 기획자는 363%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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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직업 한눈에

성장 전망 성장 중
수요 매우 높음
출처 및 참고 (9)

마지막 업데이트: 2026-01-30

공고 다섯 건 가운데 한 건은 개발자를 찾는 것이 아니다

잡코리아는 2026년 9월 16일 자사에 올라온 올해 상반기 AI 직무 채용 공고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6월까지 등록된 AI 키워드 공고는 약 1만 8,000건이었다. 이 가운데 기업이 AI 전문 직무로 지정해 등록한 공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 늘었다.

눈에 띄는 대목은 공고의 구성이다. 잡코리아가 비개발로 분류한 AI 직무 공고는 전년 대비 325% 늘어 개발 쪽보다 빠르게 증가했다. 전체 AI 직무 공고에서 비개발 직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11.6%에서 올해 21.6%로 높아졌다. 다섯 건 중 한 건 이상이 모델을 만드는 자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비개발 직무 안에서도 순위가 갈린다. 증가율은 AI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405%로 가장 높았고, AI 기획자가 363%, AI 사업전략이 313%, AI 교육컨설턴트가 195%로 뒤를 이었다. 잡코리아는 AI를 직접 개발하는 인력을 넘어 사업과 콘텐츠, 교육 현장에 AI를 적용할 인력으로 수요가 퍼지는 흐름이라고 해석했다.

같은 기간 옆자리 개발 공고는 줄었다

이 수치를 개발 직무 공고와 나란히 놓으면 방향이 분명해진다. 같은 기간 AI 직무를 제외한 개발 직무 공고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6.6% 줄었다. 감소 폭은 웹 퍼블리셔가 40.1%로 가장 컸고, 앱 개발자가 32.2%, 게임 개발자가 26.4%였다.

잡코리아는 이를 AI가 기존 직무를 직접 대체한 결과라기보다, AI 전문 인력 채용이 늘고 직무별로 요구되는 역량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변화로 봤다. 잡코리아 관계자는 AI 역량이 개발 직군만의 전문성을 넘어 기획과 사업, 콘텐츠 등 직무 전반의 기본기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하는 사람에게 이 대비가 주는 신호는 하나다. 도구를 다룰 줄 아는 것만으로는 차별화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공고가 줄어든 세 직무는 모두 만드는 일이고, 늘어난 네 직무는 모두 어디에 쓸지를 정하는 일이다.

채용 전형이 먼저 물어보기 시작했다

이 흐름은 공고 문구보다 전형 단계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기아는 2026년 9월 8일 하반기 집중 채용 계획을 발표하며 생산과 제조, IT, 사업과 기획, 경영지원, 연구개발 등 30개 부문에서 신입과 경력을 함께 뽑는다고 밝혔다. 신입 지원서는 9월 15일부터 29일까지, 경력 지원서는 9월 23일부터 10월 7일까지 받는다.

이번 신입 채용에서 기아는 업계 최초로 AI 문제해결력 검증 단계를 넣었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지원자는 AI를 활용해 주어진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문제해결 역량을 평가받는다. 기아는 단순히 AI를 다룰 줄 아는 인재를 넘어 AI를 문제 해결의 파트너로 활용할 수 있는 인간과 AI의 협업형 인재를 뽑겠다는 취지라고 적었다.

잡코리아 분석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SK하이닉스와 LG전자 같은 주요 대기업이 최근 채용에서 AI 역량을 묻는 항목을 새로 넣었다는 것이다. 지원자가 어느 직군에 지원하든 이 질문을 받는 구조이며, 기획 직군에는 그 질문이 곧 직무 자체가 된다.

이 자리가 실제로 정하는 것

모델을 만드는 쪽과 이 자리의 일은 성공 기준이 다르다. 만드는 쪽의 답은 성능이고, 이 자리의 답은 어느 업무에 적용했을 때 사람이 하던 것보다 나아졌는가다. 따라서 먼저 정해야 할 것은 적용할 업무의 범위다. 하루에 몇 번 일어나는 일인지, 틀렸을 때 되돌릴 수 있는 일인지, 되돌릴 수 없다면 그 앞에서 사람이 확인하는 칸을 어디에 둘지가 기획 문서의 첫 장에 들어간다.

두 번째는 실패를 세는 방법이다. 잘될 때의 결과는 시연으로 보여 줄 수 있지만, 이 자리가 답해야 하는 것은 열 번 중 한 번 틀렸을 때 누가 그 비용을 지는가다. 고객이 지는지, 담당 부서가 지는지, 회사가 무르는지를 정하지 않고 도입한 기능은 문의가 쌓인 뒤에 되돌아온다. 검증 단계를 통과한 뒤 실제로 적용할 곳을 고르는 판단이 여기서 갈린다.

세 번째는 값이다. 모델 호출에는 쓴 만큼 비용이 붙어 이용자가 많이 쓸수록 손해가 커지는 요금표가 만들어지기 쉽다. 사용량과 요금을 어떻게 묶을지는 같은 직군의 다른 전문 분야가 다루는 주제이기도 하다. AI 기획자로 뽑히는 자리에서는 대체로 이 셋을 한 사람이 맡는다.

경력을 먼저 찾는 자리에 신입이 들어가는 길

진입 조건은 숫자에 이미 드러나 있다. 같은 분석에서 AI 직무의 경력직 공고는 140% 늘었고 신입 공고는 55% 늘었다. 잡코리아는 기업들이 당장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해석했다. 기업 형태별 증가율도 대기업이 187%로 가장 높았고 중견기업 167%, 중소기업 124%, 벤처기업 117% 순이었다. 신입이 곧바로 이 직함으로 들어갈 문은 좁지만, 큰 회사일수록 문이 넓어진 셈이다.

그래서 현실적인 경로는 지금 하는 일 안에서 먼저 이런 판단을 해 보는 것이다. 어느 업무에 붙였고, 무엇이 나아졌고, 몇 번 틀렸고, 그때 누가 비용을 졌는지를 담은 사례 하나가 도구 사용 경험 목록보다 강하다. 기아가 전형에 넣은 검증 단계도 도구를 다루는 능력이 아니라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본다고 적혀 있다.

다만 이 글의 근거에는 한계가 있다. 잡코리아가 무엇을 AI 전문 직무로, 무엇을 비개발로 분류했는지 그 기준은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공고 수는 확정된 채용 인원이 아니라 수요를 대신 보여 주는 값이고, 한 플랫폼에 올라온 공고만 센 결과다. 증가율이 크다는 사실과 자리가 실제로 그만큼 늘었다는 사실은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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