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직업 한눈에
출처 및 참고 (5)
- https://www.indeed.com/career-advice/careers/what-does-an-attorney-do
- https://www.careerexplorer.com/careers/lawyer/
- https://www.britannica.com/topic/lawyer
- https://onlinemasteroflegalstudies.com/career-guides/become-a-lawyer/types-of-lawyers/
- https://texascareercheck.com/OccupationInfo/OccupationSummary/23-1011.00/
링 하나를 두고 벌어지는 일
에지 링은 식각장비 안에서 웨이퍼 가장자리를 둘러싸는 원형 부품이다. 장비 안에서 만들어진 플라즈마가 웨이퍼 바깥으로 퍼지지 않도록 물리적으로 가두는 역할을 하고, 공정을 계속 돌리면 닳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갈아 끼운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소모품인데, 이 부품 하나를 두고 한국의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에서 몇 년째 다툼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부품업체 비씨엔씨는 미국 장비회사 램리서치가 가진 ‘반도체 제조장치용 에지 링’ 디자인 등록 2건(1026248, 1026250)을 무효로 돌리려 했다. 특허심판원은 5월에 두 건 모두 유효하다고 판단했고, 비씨엔씨는 여기서 접지 않고 7월 하순과 8월 초순에 걸쳐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냈다. 특허 쪽 성적표는 갈렸다. 같은 상대의 특허 3건을 겨냥한 무효심판에서 2건(2182298, 2254224)은 무효, 1건(2646633)은 유효 판단이 나왔다. 램리서치와 이렇게 맞붙은 국내 업체는 비씨엔씨만이 아니어서 월덱스, 윌비에스엔티, 씨엠티엑스, 플라텍 같은 이름이 같은 명단에 올라 있다. 반도체 장비·소재 분야의 지식재산 분쟁을 다루는 변호사는 바로 이 지형 위에서 일한다.
무효심판과 침해소송은 따로 놀지 않는다
이 분야의 핵심은 두 개의 트랙이 동시에 굴러간다는 점이다. 권리자가 “우리 권리를 침해했다"고 나오면, 상대는 법원에서 침해가 아니라고 다투는 동시에 특허심판원에 무효심판을 걸어 권리 자체를 흔든다. 내 제품이 상대 권리 범위 밖이라는 확인을 구하는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 권리자가 청구항을 좁혀 무효를 피하려는 정정심판까지 붙으면 판은 더 복잡해진다. 비씨엔씨 사건에서 특허 2건이 무너지고 1건이 살아남은 것처럼, 결과가 갈릴수록 협상 테이블의 그림도 달라진다.
심판 결과에 불복하면 특허법원으로 간다. 특허·디자인 심결취소소송은 특허법원의 전속관할이고(특허법 제186조 제1항, 디자인보호법 제166조 제1항), 2016년 1월 1일부터는 특허·실용신안·디자인·상표 침해소송의 항소심까지 특허법원이 전속으로 맡는다(법원조직법 제28조의4). 무효를 다투는 행정소송과 침해를 다투는 민사 항소심이 결국 같은 법원에서 만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일을 하는 변호사는 “이 권리를 깰 수 있는가"와 “이 제품이 그 권리에 걸리는가"를 한 머릿속에서 같이 굴려야 한다. 둘을 떼어놓고 보면 전략이 어긋난다.
도면과 청구항을 읽는 눈
첫째는 문서를 읽는 능력이다. 특허는 청구항의 문언을 해석하고 선행기술을 찾아 신규성과 진보성을 무너뜨리는 싸움이지만, 디자인권은 도면에 담긴 형상 자체가 권리의 실체다. 문장이 아니라 그림을 비교해 유사 여부를 다투기 때문에 접근법이 완전히 다르다. 비씨엔씨 사건에서 특허 두 건이 무너지는 동안 디자인 두 건은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소모성 부품 시장에서 디자인권이 왜 만만찮은 무기인지 보여준다.
둘째는 기술이다. 식각 공정에서 플라즈마가 어떻게 거동하는지, 쿼츠나 실리콘 같은 소재가 왜 하필 그 자리에 쓰이는지, 부품이 언제 왜 교체되는지를 모르면 상대 주장의 허점이 보이지 않는다. 변호사가 장비를 직접 설계할 필요는 없다. 다만 엔지니어의 설명을 되묻고, 그것을 판사가 알아들을 문장으로 옮길 수는 있어야 한다. 셋째는 협업과 언어다. 변리사, 사내 IP 담당자, 기술 전문가가 한 팀으로 붙고, 상대가 해외 기업이면 미국이나 유럽 대리인까지 엮인다. 영문 명세서와 해외 판결문을 원문으로 읽는 일이 일상이다.
변호사만 설 수 있는 자리, 그리고 들어가는 길
이 영역에서 변호사와 변리사의 경계는 꽤 분명하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심결취소소송에 한정된 것으로 보고, 특허권 침해소송의 대리권은 인정하지 않는다. 침해금지 가처분과 손해배상을 다투는 민사 법정에는 변호사가 선다는 뜻이다. 변리사에게 변호사와의 공동대리를 허용하자는 변리사법 개정 논의가 국회에서 반복되고 있으니 경계선이 움직일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지금 구조에서는 무효와 침해를 모두 끌고 갈 수 있는 사람이 귀하다.
경로는 크게 둘이다. 이공계 학부에서 전기전자, 재료, 화학공학, 물리를 공부하고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가 된 뒤 로펌 IP 그룹이나 기업 법무팀으로 들어가는 길이 가장 곧다. 인문사회 전공이라면 기술 학습을 각오하고 시작해야 하고, 그 학습을 즐길 수 있는지가 사실상 적성 검사다. 변호사 자격이 있으면 정해진 실무수습을 마친 뒤 변리사로 등록할 수 있어서, 심결취소소송과 침해소송을 한 사람이 이어서 맡는 조합도 가능하다.
당장 해볼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소박하다. 이 글에 적힌 등록번호를 특허정보넷 키프리스에 넣고 도면과 청구항을 직접 열어보는 것이다. 링 하나를 그린 그림 몇 장이 한 회사의 사업 한 축을 여닫는 장면이 실감 나기 시작하면, 이 진로가 자기 것인지 아닌지는 그때 판단하면 된다.
이 길을 걸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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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https://zdnet.co.kr/view/?no=20260806150548
- https://zdnet.co.kr/view/?no=20260614000329
- https://www.thelec.kr/news/articleView.html?idxno=43170
- https://www.thelec.kr/news/articleView.html?idxno=40749
- https://www.scourt.go.kr/judiciary/duty/patent/index.html
- https://www.law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85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