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력 구조조정 법무: 해고 사유가 알고리즘일 때

감축 대상을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골랐을 때 그 결정을 방어하는 일. 정리해고 요건과 알고리즘 관리 규제가 겹치는 자리에서 일하는 노동 전문 변호사의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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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요약

감축 대상을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골랐을 때 그 결정을 방어하는 일. 정리해고 요건과 알고리즘 관리 규제가 겹치는 자리에서 일하는 노동 전문 변호사의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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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업데이트: 2026-02-16

새로 생긴 건 감축이 아니라 대상을 고르는 방식이다

인력 감축은 오래된 법률 업무다. 새로 생긴 것은 감축 대상을 고르는 방식이다. 성과 점수를 산출하는 시스템, 업무 배치를 조정하는 스케줄링 도구, 역량 평가를 자동으로 매기는 인사 시스템이 감축 명단의 앞 단계에 들어와 있다. 나중에 그 해고가 다투어질 때 회사가 제출해야 하는 것은 결정의 근거인데, 근거가 모델 안에 있으면 설명이 간단하지 않다.

규제도 이 지점을 향해 움직였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인권위원회 규정이 2025년 10월 1일 시행되면서 고용 영역의 자동화된 의사결정 시스템이 차별금지법 적용 범위에 들어왔고, 일리노이 HB 3773은 2026년 1월 1일부터 보호 대상 집단에 불리한 결과를 내는 AI 사용을 금지하면서 고용 결정에 AI를 쓸 때 통지 의무를 붙였다. 콜로라도 인공지능법은 2026년 6월 30일부터 집행이 시작되며 고용 관련 AI 시스템을 고위험으로 분류해 위험관리 절차와 연례 영향평가, 지원자 권리 고지를 요구한다(Reuters). EU AI법 역시 채용과 승진, 해고에 영향을 주는 고용 시스템을 고위험으로 두고 문서화된 거버넌스와 사람의 감독을 요구한다.

시장 쪽 신호도 같이 왔다. 영국 로펌 클리퍼드 챈스는 2025년 11월 AI 활용 확대 속에서 런던의 재무·인사·IT 직군을 10% 줄인다고 밝혔다(The Guardian). 법률 서비스를 파는 쪽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라, 이 분야는 남의 산업을 관찰하는 자리가 아니다.

국내에서는 근로기준법이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에 별도의 요건을 걸어 둔다. 긴박한 경영상 필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대상자 선정 기준, 그리고 근로자 대표와의 사전 협의다(국가법령정보센터). 이 가운데 세 번째 요건이 알고리즘과 정면으로 만난다. 선정 기준이 합리적이고 공정했다는 것을 노동위원회와 법원 앞에서 설명해야 하는데, 그 기준의 상당 부분이 자동 산출된 점수라면 설명의 난도가 달라진다.

정리해고 실무부터 알고리즘 설명까지

첫째는 정리해고 실무 그 자체다. 경영상 필요를 소명하는 자료를 어떻게 구성하는지, 해고 회피 노력으로 무엇이 인정되는지, 협의 절차를 어느 시점에 어떻게 밟아야 하는지,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이후 행정소송이 어떤 순서로 흘러가는지를 알아야 한다. 새 규제가 붙어도 뼈대는 여기다.

둘째는 시스템을 뜯어볼 줄 아는 능력이다. 회사 안에서 채용, 배치, 평가, 스케줄링, 해고 판단에 닿는 도구를 전부 찾아내고, 각각이 무엇을 입력으로 받아 무엇을 출력하는지, 사람의 판단이 어느 단계에 실제로 개입하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모델을 직접 만들 필요는 없지만 개발팀과 인사팀에 정확한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특정 집단에 불리한 결과가 나오는지 사전에 점검하는 절차를 설계하는 것도 이 역량에 들어간다.

셋째는 계약과 벤더 관리다. 인사 도구를 외부에서 도입하면 학습 데이터의 출처, 모델 변경 시 통지, 편향 검증 결과 제공, 차별적 산출물에 대한 책임 분담을 계약서에 담아야 한다. 도입 시점에 이 조항이 없으면 분쟁이 터진 뒤에 회사가 설명할 수 있는 것이 급격히 줄어든다.

넷째는 다국적 대응이다. 국내 법인과 해외 법인이 같은 인사 시스템을 쓰는 경우가 흔한데, 관할마다 요구하는 문서와 통지가 다르다. 어느 관할의 기준이 가장 엄격한지 파악해 그쪽에 맞춰 설계하는 판단이 자주 필요하다.

노동 일반 실무에서 시작한다

시작은 노동 분야 일반 실무다. 로펌의 노동팀이나 기업 법무팀에서 취업규칙 개정, 징계, 임금 관련 자문을 맡으며 근로기준법과 노동위원회 절차에 익숙해지는 단계다. 이 시기에 인사 시스템 도입 프로젝트에 법무 검토자로 들어가 볼 기회를 잡으면 다음 단계가 빨라진다.

중간 단계에서는 구조조정 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는 경험이 쌓인다. 감축 규모와 대상 선정 기준을 짜는 자리에 들어가고, 협의 절차를 설계하고, 이후 제기되는 구제신청에 대응한다. 여기에 자동화 도구 점검이 결합되면 전문 영역이 생긴다. 회사가 쓰는 인사 도구의 목록과 각 도구의 위험 등급을 정리해 두는 작업은 지금 대부분의 기업에 없고, 만들어 두면 그 자체가 자산이 된다.

시니어 구간에서는 자문의 성격이 사건 대응에서 설계로 옮겨간다. 감축을 실행하기 전 단계에서 선정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나중에 방어 가능한지, 어떤 결정에 사람의 판단을 남겨야 하는지, 어떤 기록을 언제부터 남겨야 하는지를 정하는 일이다. 인사 담당 임원과 개발 조직에 같은 언어로 설명할 수 있는 변호사는 아직 드물다. 사내 변호사로 옮겨 AI 거버넌스 담당을 겸하거나, 로펌에서 노동과 기술 규제를 함께 다루는 팀을 꾸리는 쪽으로 자리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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